[메시지 전문] 교황, G20 정상회담 메시지


프란치스코 교황은 7월 7일부터 8일까지 독일의 G20 정상회담에 참석한 정상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이 메시지는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에게 발송됐으며, 우애 넘치고 공정하며 평화로운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 모두가 지켜야 할 네 가지 원칙, 곧 △시간은 공간보다 위대하다 △일치가 분열을 이긴다 △실재가 생각보다 더 중요하다 △전체는 부분보다 더 크다 등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아래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메시지 전문

 

독일 연방 공화국 앙겔라 메르켈 총리께

최근 바티칸에서의 만남과 총리님의 사려 깊은 요청에 부응하여, 가톨릭교회의 모든 사목자들과 함께, 세계 국가 원수와 주요 경제 그룹 및 유럽연합(EU)의 최고 권위자가 모이는 G20 정상회담에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몇 가지 고려 사항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그리하여 2009년 4월 런던 G20 정상회담 때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시작한 전통을 따르고자 합니다. 전임 교황께서는 지난 2006년에도 독일이 유럽연합과 G8 의장국이었을 때 당시 총리에게 이처럼 메시지를 보내셨습니다.

우선, 저는 총리님과 함부르크에서 모인 정상들께 세계 경제의 지배력과 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해 수고해주신 노력에 감사드립니다. 특히 금융 시장, 무역, 재정 문제와 관련해 더욱 포괄적이고 지속 가능한 세계 경제 성장에 힘써 주셨습니다(2016년 9월 5일 항주 정상회담 참고). 정상회담의 내용에서 분명히 드러난 바와 같이, 그러한 노력은 현재에도 아직 진행 중인 갈등과 세계의 이주 문제를 해결해야 할 필요성과 불가분의 관계에 놓여 있습니다.

가톨릭 신자들에게 쓴 사도권고 『복음의 기쁨』에서 저는 우애가 좋고 공정하며 평화로운 사회를 건설하기 위한 네 가지 원칙을 제시했습니다. 그 원칙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시간은 공간보다 위대하다 △일치가 갈등을 이긴다 △실재가 생각보다 더 중요하다 △전체는 부분보다 더 크다. 이러한 원칙은 분명 모든 인류의 오래된 지혜에서 비롯됐습니다. 이 지혜가 함부르크에서 열리는 정상회담에서도 반성과 결과 평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시간은 공간보다 위대합니다. 세계 문제의 중력과 복잡함, 그리고 상호연대는 즉각적이고 완전히 만족할 만한 해결책이 없습니다. 안타깝게도, 이를 증명하는 세계 이주 문제는 빈곤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으며, 무력 충돌로 악화하고 있습니다. 진보적이며 충격적이지 않은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과정이 설정될 수 있고, 상대적으로 짧은 주기로 자유로운 순환을 유도하며 모든 사람의 유익을 누릴 수 있는 인력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시간과 공간의 사이, 그리고 한계와 충만함 사이에는 정부 지도자와 권위자의 마음에 정확히 반대되는 움직임이 필요합니다. 효과적인 해결책은 시간이 지나면서 필연적으로 퍼져 나가며, 계획 절차의 최종 목표가 분명히 존재하는 경우에만 실현 가능합니다. 정부 지도자의 마음과 사고와 정치적 제정의 모든 단계에서 가난한 이들, 난민, 고통받는 이들, 피난민과 소외된 이들에게 문화나 무력 충돌을 거부하고 국가와 인종, 종교의 구별 없이 절대 우선순위를 부여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시점에서 G20 정상들과 G20 정부 및 전 세계 공동체에게 약 300만 명이 생존에 필요한 식량과 물 부족으로 고통받고 있는 남수단 공화국과 차드호 유역, 그리고 아프리카와 예멘의 뿔의 비극적인 상황에 대해 진심으로 호소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신속히 충족시키고 즉각적인 지원을 하겠다는 약속은 세계 경제 개혁에 대한 중기적 약속과 건전한 발전을 진지하고 성실하게 보여주는 신호가 될 것입니다.

일치가 갈등을 이깁니다. 우리 시대에도 인류의 역사는 현재의 갈등과 잠재적 갈등의 광대한 파노라마를 보여줍니다. 하지만 전쟁은 절대로 해결책이 될 수 없습니다. 베네딕토 15세 교황께서는 전 세계의 전쟁 참여국의 지도자들에게 편지를 쓴 100주년을 맞으며, 저는 전 세계에게 이러한 “헛된 살육”을 끝내라고 요청할 의무감을 느낍니다. G20 정상회담과 유사 연례 회담의 목표는 모든 이들의 필수적인 발전을 허용하고, 2030년 의제와 지속 가능 발전 목표를 이행하기 위해 경제적 차이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며, 공통 재정과 무역 규칙에 동의하는 것입니다(G20 항저우 정상회담의 공동 성명서 참고). 그러나 모든 당사자가 갈등 수준을 상당히 낮추고, 현재의 군비 경쟁을 중단하며, 갈등에 대한 직접적 혹은 간접적인 관여를 포기하고, 모든 차이점을 진실하고 투명하게 논의하기로 동의하지 않는 한 불가능한 일일 것입니다. 공통 포럼에서 표현된 경제적∙사회적 쟁점에 관한 명백한 일치에 있어서, 그리고 무력 충돌의 능동적 혹은 수동적 수용에 있어서 비극적인 모순과 불일치가 있습니다.

실재가 생각보다 더 중요합니다. 20세기 전반의 운명적 이념은 시장의 절대 자율과 금융 투기의 새로운 이념으로 대체되었습니다(『복음의 기쁨』, 56항). 이 비극적인 대체는 소외와 낭비, 심지어 죽음을 초래합니다. 다른 한편, 지난 세기의 중요한 정치적∙경제적 성과는 언제나 견고하고 신중한 실용주의로 만들어졌습니다. 그리고 그 실용주의는 시민에 대한 존경을 기반으로, 인간이란 존재의 우월성과 다양하고 때로는 반대되는 현실을 통합하고 조정하려는 시도에 의해 이뤄졌습니다. 이번 함부르크 정상 회담에서 많은 이들과 끊임없이 대화하고 공통 해결책을 찾고자 노력했던 슈만, 데 가스페리, 아데나워, 모네 및 그 밖의 유럽 및 세계 지도자들의 모범으로 빛을 발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전체는 부분보다 더 큽니다. 문제는 구체적으로 주의를 기울여 해결해야 할 필요가 있지만, 그러한 해결책이 오래 지속되려면 시야를 넓게 가져야 합니다. 그들은 또한 모든 국가와 시민에 미칠 궁극적 영향을 고려해야 하며, 특히 시민의 관점과 견해를 존중해야 합니다. 베네딕토 16세 교황께서 지난 2009년 G20 런던 정상회담에 참석한 정상들에게 했던 경고를 다시 전해드립니다. G20 정상회담은 전 세계적 부와 서비스의 90%를 차지하는 소수의 국가에 국한되어야 하는 것이 합리적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참가자들은 더욱 진중히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세계 정치계에서 가장 발언권이 약한 국가와 개인은 경제 위기의 악영향을 가장 많이 겪는 이들이지만, 경제 위기에 책임이 없는 이들이 대부분입니다. 전체의 10%에 불과한 이 대다수는 모든 이들의 진보에 기여할 수 있는 잠재력이 가장 큰 인류의 한 부분입니다. 따라서 모든 사람을 위하여 해결책이 진정으로 보편적이고 오래 지속될 수 있도록 유럽연합과 그 계획을 비롯해 관련기관과 지역 기구와 지속적으로 대화하고, 국제 조약을 존중하며, 다국간 접근 방식을 장려해야 합니다(2009년 3월 30일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영국의 고든 브라운 전 국무총리에게 보낸 편지 참고).

모든 정상이 책임감 있는 연대의 정신을 가지고 이번 정상 회담에 참여하고 있으리라 믿으며, 이러한 저의 제안들이 G20 정상회담의 논의에 기여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혁신적이고, 서로 연결되며, 지속 가능하고, 환경을 존중하며, 모든 사람을 포괄하는 개발의 새로운 시대를 형성하기 위한 국제 사회의 모든 노력과 함부르크에서 열리는 정상회담에 주님께서 축복해 주시기를 청합니다(G20 항주 정상회담 공동 성명서 참고).

이 자리를 빌어 메르켈 총리께 깊은 존경을 표합니다.

 

바티칸에서,

2017년 6월 29일

프란치스코 교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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